올해 11월 18일 실시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는 EBS 수능방송과 교재에서 문제가 70% 이상 출제될 것이라고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10일 밝혔다. 지난해 수능에서 이 비율은 30% 정도였다.

학원이나 온라인 사설기관의 유료 강의 대신 EBS의 무료 수능강의로 공부하도록 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수험생에게 "교과서 외에 EBS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줘 도리어 학습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교육계 일부에선 제기하고 있다. EBS 수능방송의 수능시험 연계는 지난 2004년에도 발표된 일이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 반영률을 언급한 적은 처음이다.

①기본 강의는 반드시 들어라

지난해 'EBS 파이널 실전 모의고사'를 풀어본 학생들에겐 2010학년도 수능 외국어영역 22번 문제 제시문이 별로 낯설지 않았다. 모의고사 1회 41번 지문과 수능 22번 제시문이 한 단어만 빼고 똑같았던 까닭이다. 또 언어영역 32~37번 제시문으로 주어진 시 '승무' 역시 'EBS 파이널 실전 모의고사' 72쪽에 실린 지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EBS 교재에 나온 제시문이 수능에 다시 출제되는 비율이 70%로 늘어나기 때문에 수험생들에게 일단 기본 강의는 무조건 들으라고 전문가들은 권했다.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이영덕 소장은 "특히 1~2학년 학생들은 미리미리 EBS 강의를 들어놓는 게 좋다"고 말했다.

EBS플러스1 채널에서 방영하는 수능 강의의 기본 코스는 '수능특강'(1학기)-'10주 완성'(7~9월)-'Final실전모의고사'(9~11월)로 구성된다. 이들 교재는 평가원의 자문을 받아 만들기 때문에 교재 내용이 수능에 출제될 가능성이 높다. EBS 관계자는 "TV 방영 이전에도 강의가 완성되면 홈페이지에 올린다"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받아 들으면 훨씬 편리하다"고 했다.

 ②온라인 강의도 교재는 풀어야

EBS플러스1 채널에선 기본 강의 이외에도 '필승전략', '한 입에 꿀꺽' 등의 맞춤형 강의를 개설해 놓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인 EBSi에서만 진행되는 온라인 강좌까지 합치면 EBS 강의는 과목별로 10가지가 넘는다. 성실한 학생이라도 모든 강의를 다 챙겨 듣기가 쉽지 않다.

교사들은 "EBS 강의를 다 듣기 어려운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인 만큼 스트레스받을 필요는 없다"며 "강의를 못 들으면 교재만 꼼꼼히 풀어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조효완(은광여고 교사) 공동 대표는 "EBS와 정부가 MOU까지 체결한 만큼 올해 수험생들은 EBS 교재에 나온 지문(언어·외국어)과 문제유형(수리)이 상당 부분 재출제된다는 전제하에 집중해서 풀어야 한다"고 했다.

③기계적으로 달달 외울 필요 없어

그렇다고 수능 공부방식 자체를 완전히 바꿀 필요는 없다. 잠실여고 안연근 진학부장은 "대다수 학생이 EBS 교재를 공부해왔기 때문에 크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며 "70%가 EBS 강의에서 나온다고 무리하게 EBS 강의에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나머지 30%는 EBS 교재와 무관한 문제가 나올 뿐 아니라 EBS 강의에서 나온 문제도 완전히 똑같이 나오는 게 아니라 변형돼서 출제되기 때문이다.

이만기 중앙유웨이 이사는 "EBS 교재에 나온 언어영역 지문이 수능에 또다시 출제되어도 묻는 내용은 완전히 달라진다"며 "EBS 교재에 나온 문제를 달달 외우거나 오답노트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